가을의 백두대간, 예천 저수령 겨울의 문턱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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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
예천 저수령에서 걸음을 내딛는 순간, 겨울이 가까워졌다는 기운이 가장 먼저 스며왔다. 낙엽은 거의 다 내려앉아 숲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호흡처럼 이어졌다. 사람의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산 전체가 한층 더 고요해 보였고, 그 적막함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촛대봉으로 향하는 길에 접어들자 풍경은 더욱 단순해졌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은 가지의 선만 남아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숲의 작은 숨결처럼 느껴졌다. 화려함이 사라지니 오히려 길의 결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 담백한 장면들이 발걸음을 조용히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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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가을 단풍 |
능선에 올라서면서 풍경은 조금씩 넓어졌다. 색이 빠진 예천의 산들은 겹겹이 이어지며 잔잔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길게 드리운 겨울빛이 능선을 따라 스며들었다. 강렬한 색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담백한 풍경이 마음 깊은 곳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이 교차하는 순간만이 가진 고요함이 있었다.
내려가는 길로 접어들자 공기는 한층 더 차갑고 맑아졌다. 내원암 근처에서는 바람이 가볍게 스쳐 지나갔고, 그 안에 담긴 계절의 향이 걸음 사이사이를 채웠다. 능선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 걷는 속도도 저절로 느려졌고, 주변의 작은 소리들까지 또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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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으로 찍은 예천 |
명봉사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더욱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길게 이어지는 산자락과 조용히 멈춰 선 들판, 숲의 깊숙한 정적이 부드럽게 이어졌고, 그 차분함 안에서 하루가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특별한 장면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이 오래 남았다. 화려함이 빠진 자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있었다.
예천의 이 길은 뭔가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 산책 같은 하루였지만, 그 안에 조용한 힘이 있었다. 숲의 분위기 속에서 마음은 한층 또렷해졌고, 천천히 걷는 이유가 이런 순간들 안에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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